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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 · 번역 노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왜 영문판이 따로 필요할까

영문 ESG 보고서는 한국어 보고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글로벌 투자자와 ESG 평가기관은 한국어를 읽지 않습니다. 그들이 읽는 언어로, 그들이 기대하는 구조로 처음부터 다시 쓰는 문서입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한국 기업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영문판까지 갖춘 곳은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영문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

MSCI, DJSI, CDP 같은 글로벌 ESG 평가기관은 기업의 영문 공시 자료를 직접 수집해 평가에 반영합니다. 영문 보고서가 없거나 불완전하면 그 기업의 ESG 활동은 평가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잘 실천하고 있어도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세 기관이 각각 다른 것을 본다

영문 보고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평가기관마다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MSCI — 평가가 요구하는 지표와 용어로 기업을 평가합니다. 그 표현으로 쓰이지 않으면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DJSI / CSA — 설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답해야 점수로 연결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 방식이 맞지 않으면 분석가의 판독에서 빠집니다.
CDP — 단계별 서술 수준을 충족해야 등급이 오릅니다. 하위 단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위 단계 점수 자체를 받을 수 없습니다.

같은 내용을 쓰더라도 어떤 언어로, 어떤 구조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집니다.

번역이 아니라 재구성입니다

단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옮기는 일입니다. 한국어의 논리를 해체하고, 영어의 논리로 다시 세우는 과정입니다. 어떤 기관이 무엇을 보는지 이해하고 그에 맞는 언어와 구조로 다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영문 보고서는 번역 비용이 아닙니다. 글로벌 투자자와 평가기관에 자사의 ESG 활동이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한 투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MSCI가 영문 공시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